위고비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솔직히 ‘이렇게 쉽고 빠르게 살이 빠져도 되나?’ 싶을 만큼 체중이 매주 줄어드는 걸 경험했다. 식욕이 눈에 띄게 억제되고, 하루 세 끼를 다 챙겨 먹지 않아도 허기가 거의 없었다. 덕분에 오랫동안 시도해도 잘 안 됐던 다이어트에 드디어 성공하는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모든 약물 치료가 그렇듯, 위고비도 언젠가 끝이 있다. 마지막 주사를 맞은 순간부터 나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됐다. 약이 잡아주던 식욕은 점점 돌아왔고, 체중 변화 속도는 느려졌으며, 잘못하면 예전 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오늘은 위고비 중단 후 식욕 복귀, 정체기, 그리고 리바운드 방지법까지 내가 직접 경험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같은 상황을 겪고 있거나, 앞으로 맞게 될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식욕 복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찾아오는 변화
위고비를 맞는 동안 가장 큰 장점은 ‘먹고 싶은 마음이 줄어든다’는 거였다. 아침에 일어나도 배고픔보다 물 한 잔이 먼저 생각났고, 한 끼 식사 후에는 몇 시간이고 포만감이 유지됐다.
하지만 중단 2주 차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처음엔 별 변화가 없는 듯했지만, 3주 차쯤 되자 간식이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이들 과자를 챙겨주다 한 입, 빵집 앞을 지나가다 무심코 케이크를 사 오는 일이 잦아졌다. 위고비를 맞을 때는 하루 1,000~1,200kcal 정도였는데, 중단 후에는 1,500~1,800kcal로 자연스럽게 늘었다.
포만감 지속 시간도 짧아졌다. 위고비 시절엔 점심에 샐러드와 닭가슴살만 먹어도 저녁까지 배가 든든했는데, 중단 후에는 2~3시간만 지나도 허기를 느꼈다. 이 작은 변화를 방치하면 체중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내가 사용한 대처법
• 탄수화물 비중 줄이기(밥·빵을 절반으로)
• 단백질 섭취를 하루 60~70g 이상 유지
• 간식은 하루 200kcal로 제한하고 소분 보관
이렇게 하니 식욕이 완전히 폭발하는 걸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
정체기: 체중 변화가 멈추는 시기
위고비를 맞을 땐 매주 체중이 내려갔지만, 중단 후 한 달쯤 지나면서 체중이 61~62kg 사이에서 멈췄다. 숫자가 더 이상 줄지 않으니 답답했고, ‘이러다 다시 오르는 거 아냐?’ 하는 불안이 커졌다.
정체기의 원인을 분석해 보니 크게 두 가지였다.
1. 활동량 감소 – 위고비 시절보다 움직임이 줄었다.
2. 무의식적인 섭취량 증가 – 식사량뿐 아니라 간식, 커피에 넣는 시럽, 외식 빈도 등이 조금씩 늘었다.
정체기를 넘기기 위해 짧은 기간의 식단 조정을 시도했다.
• 3일간 저탄수·고단백 식단 유지
• 하루 2리터 이상의 수분 섭취
• 하루 7,000보 걷기
• 오후 8시 이후 금식
이렇게 하면 1~2주 내에 체중이 다시 조금씩 줄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리바운드 방지법: 약 없이도 유지하는 습관 만들기
위고비 중단 후 가장 두려운 건 리바운드다. 예전 식습관으로 돌아가면 약을 맞기 전의 몸으로 금세 돌아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유지어터’로 살기 위해 다음 습관들을 만들었다.
① 식사 패턴 고정
하루 세 끼를 정해진 시간에 먹되, 아침은 단백질 위주, 점심은 탄수화물·단백질 균형, 저녁은 탄수화물 최소화. 이렇게 패턴을 고정하면 폭식 가능성이 줄었다.
② 주기적인 체중 체크
주 3~4회 아침 공복 체중을 기록하고, 1kg 이상 오르면 바로 식단과 활동량을 조절했다.
③ ‘허기 vs 입 심심함’ 구분하기
진짜 배고픔이 아닌 단순한 심심함이나 스트레스 때문에 먹는 경우가 많았다. 이럴 땐 물을 마시거나 가벼운 산책으로 대체했다.
④ 활동량 생활화
헬스장에 가지 않더라도 하루 7,000보 이상 걷기, 계단 이용하기, 집안일 늘리기 등 생활 속 움직임을 늘렸다.
⑤ 유연한 마인드
체중이 조금 늘어도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고, 바로 이틀 정도 집중 관리해서 원래 몸무게로 되돌렸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 마인드가 리바운드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위고비 중단 후 위기는 식욕 복귀, 정체기, 그리고 리바운드 위험으로 세 갈래로 찾아온다. 나 역시 중단 후 처음 몇 주 동안은 불안하고 조급했지만, 식단 조절·활동량 유지·마인드 컨트롤이라는 세 가지 축을 지키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
결국, 다이어트의 진짜 성공은 ‘빼는 것’이 아니라 ‘유지하는 것’이다. 약이 사라진 자리에는 습관이 들어와야 하고, 그 습관이 오래 갈수록 몸도 마음도 안정된다. 약 없이도 내 몸을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 그게 진짜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