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를 시작했을 때는 솔직히 ‘이렇게만 먹으면 평생 유지하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식욕이 눈에 띄게 줄고, 조금만 먹어도 금방 배가 불렀으니 감량 속도가 눈에 보였다. 하지만 모든 약물 치료에는 끝이 있다. 나 역시 위고비를 중단한 뒤, ‘이제 내 힘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순간이 찾아왔다.
처음엔 솔직히 불안했다. 약이 없으면 식욕이 폭발할까 봐, 다시 예전 식습관으로 돌아갈까 봐 걱정이 컸다. 하지만 몇 달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나만의 식욕 관리 루틴을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체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위고비 없이도 현재 체중을 유지하는 나만의 식욕 관리법, 특히 간헐적 단식과 저녁 굶기, 그리고 일상 루틴을 구체적으로 공유하고자 한다.
간헐적 단식: 식욕과 칼로리 둘 다 잡기
위고비를 중단한 직후, 내가 가장 먼저 도입한 건 간헐적 단식(Intermittent Fasting)이었다. 하루 세 끼를 모두 챙겨 먹는 대신, 16시간 공복 + 8시간 식사 패턴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아침 11시에 첫 끼를 먹으면 저녁 7시 전까지 하루 식사를 모두 마친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칼로리 섭취량이 줄어들고, 공복 시간이 길어져 혈당과 인슐린 수치가 안정된다. 덕분에 폭식 욕구도 줄어든다.
내 간헐적 단식 루틴
• 첫 끼(11시~12시): 단백질 위주(삶은 계란, 닭가슴살, 그릭요거트) + 채소
• 두 번쨰 끼(5시~6시 반): 일반식이지만 밥 양은 2/3로, 탄수화물은 현미·잡곡 위주
• 공복 시간에는 물, 보리차, 무가당 허브티만 마심
처음엔 공복 시간이 힘들 줄 알았는데, 위고비 시절에 위가 줄어든 덕분인지 의외로 금방 적응됐다. 오히려 아침 공복 상태에서 집중력이 높아지고, 오후에는 포만감이 오래 유지됐다.
저녁 굶기와 나트륨 줄이기: 부종 방지 루틴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도, 특별히 더 신경 쓰는 건 저녁 식사 제한이다. 위고비 중단 후에도 몸이 가장 무겁게 느껴질 때가 ‘저녁 늦게 먹은 다음 날 아침’이었다. 단순히 칼로리 때문만이 아니라, 나트륨 섭취와 부종이 체중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저녁을 아예 굶거나, 아주 가볍게 먹는 날을 주 3~4회 만든다.
• 저녁을 굶는 날: 물 500ml + 무가당 차, 가끔은 따뜻한 미소된장국 한 컵
• 가볍게 먹는 날: 채소 스틱, 삶은 계란 1개, 방울토마토 5~6개 정도
또한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해 외식 빈도를 줄이고, 간을 심심하게 한다. 국·찌개류는 국물보다는 건더기 위주로 먹는다. 이런 습관 덕분에 아침마다 붓기가 훨씬 덜하고, 체중 변동폭도 줄어들었다.
저녁을 제한하니 놀라운 건 수면의 질이 좋아진 것이다. 속이 편하니 잠이 더 깊어지고, 다음 날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이게 또 하루 컨디션과 활동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생활 루틴과 ‘유지어터 마인드’ 만들기
식욕 관리는 단순히 ‘적게 먹는 것’만이 아니다. 생활 루틴과 마인드셋이 함께 가야 한다. 나는 위고비 중단 후, 다음 세 가지를 루틴화했다.
1. 아침 공복 체중 체크
• 체중을 매일 기록하면, 조금 늘어도 초반에 잡을 수 있다.
• 1kg 이상 증가하면 바로 이틀간 저탄수·고단백 식단으로 조정
2. 수분 2L 이상 섭취
• 갈증을 배고픔으로 착각하지 않기 위해 하루 2L는 꼭 마신다.
• 물병을 눈에 보이는 곳에 두고 자주 마시는 습관
3. 생활 속 움직임 늘리기
• 운동을 따로 하지 않아도, 하루 7,000보 이상 걷기를 목표로 함
• 아이 등·하원길, 장보기, 집안일을 적극적으로 활용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유지어터 마인드다. 감량이 끝나면 끝이 아니라, 그 체중을 지키는 기간이 진짜 시작이라는 걸 마음속에 새겼다. 체중이 약간 늘더라도 “망했다”가 아니라, “다시 조정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이 여유로운 마음이 장기 유지에 큰 힘이 됐다.
위고비를 중단한 후에도 체중을 유지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간헐적 단식과 저녁 제한, 나트륨 관리, 그리고 꾸준한 생활 루틴만 지켜도 가능하다는 걸 직접 경험했다.
식욕을 완벽하게 없앨 순 없지만, 조절하는 방법은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건 ‘한 번에 완벽하게’가 아니라, 매일매일 작은 습관을 반복하는 거다. 그 습관이 쌓이면 약 없이도 충분히 내 몸을 지킬 수 있다.
앞으로도 나는 이 루틴을 유지하면서, 위고비 없이도 건강하고 안정적인 체중을 오래 지켜갈 생각이다.